“세계적 탈바꿈의 시대, 공존의 철학을 다시 말하다”

월간중앙 /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 2025.11.19 

[지상논단] 중민이론 40주년, ‘중민이론 재구성’ 학술논쟁

80년대 탄생한 중민이론…40년 만에 새 시대 걸맞은 재구성 토론

양극화·진영대립 심화 현상 진단과 시민 역할·사회 변화 방향 모색

2025년 10월 24일 ‘중민이론 4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중민재단 지원으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중국 난징대 유학과 신사회학연구소 공동주최로 열렸다. [사진 중민재단]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1980년대 제기한 ‘중민이론’이 탄생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논쟁의 장으로 소환됐다. 지난 10월 24일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세미나룸에서 열린 ‘중민이론 40주년 기념학술대회-세계적 양극화 시대, 성찰적 시민의 역할’에서 한국 사회 변동의 이론적 토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에서 중민의 중(中)을 단순한 ‘중간’이 아닌 ‘사이’로 해석하자는 한상진 교수의 제안은 대립의 틈새에서 공통의 세계를 복원하려는 시대적 요청과 맞닿아 있다.

이번 토론에는 한상진 교수를 비롯해 구정우(성균관대) 김홍중(서울대), 쳉보칭(난징대), 박영도(중민연구소), 김종엽(한신대), 정태석(전북대), 김호기(연세대), 배은경(서울대), 치우저치(베이징대) 교수와 연구원 등 석학들이 참여했다. 사회는 한양대 심영희 교수와 난징대 주오웬민 교수가 맡았다. 

사회자(심영희: 한양대)_ 종합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개회사를 하신 서울대 임동균 교수, 축사하신 중국 난징대 자이쉐이 교수, 그리고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하신 국내외 교수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공동사회를 하는 주오웬민 교수는 한상진 교수가 2024년 난징대에 설립한 ‘유학과신사회학연구소’의 사무총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 말씀 하시죠.

사회자(주오웬민: 난징대)_ 인상적인 개회사와 축사, 훌륭한 기조연설, 그리고 세 분과에 걸친 풍부한 내용의 논문과 평론을 들었습니다. 수준 높은 발언과 토론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오늘 오전에 기조 발제를 하신 한상진 교수님의 말씀을 먼저 듣고자 합니다.

한상진(서울대)_ 오늘 많은 것을 배우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제기되었고요. 저는 중민이론의 재구성을 얘기했는데, 핵심은 중민의 중(中)을 ‘중간’이 아니라 ‘사이’로 해석하자는 것입니다. 배타적 양극 진영의 논리가 세계 도처에서 심화되고 있어요. 이런 현실에서 사이를 걷는다는 것은 양 진영에 매여 있지 않고 배후에 있는 공통의 세계를 회복하려는 열망을 표현합니다. 이에 얽힌 세계 시민의 요구와 불만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중민이론 재구성의 출발점이 된다고 봅니다.

오늘 김홍중 선생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저항의 주체를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인간 그 자체를 부정하고 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는 ‘탈주’의 시각을 보여줍니다. 다소 다르게 구정우 선생은 협력적 개인의 연대를 말했습니다. BTS를 이끄는 아미(ARMY)라는 팬덤이 좋은 보기겠죠. 그렇다면 이런 연대의 가능성이 예술과 음악을 넘어 정치나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이번 학술대회에 기조 발제를 한 한상진 교수가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중민재단]

중민의 중(中)은 ‘중간’ 아닌 ‘사이’로 해석

구정우(성균관대)_ 송영길 작가의 <시대예보>라는 책이 히트입니다. 개인의 생존이 워낙 중요한 세상이니까, 애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작은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해요. 그런데 저의 주장은 이에 한정되지 않은 중간 범위 또는 대규모 협력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 사례로 음악 팬덤을 얘기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주로 온라인에서 소통합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연대와 신뢰를 키워주는 공간이 아니라 자기 확신과 편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리가 돼요. 결국 정동의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주체적인 개인이 과연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홍중(서울대)_ 저는 안병무·서남동 같은 신학자들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민중을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개념을 정의하면 시대가 변할 때 그 개념이 현실의 변화를 못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비워놔야 한다, 그래서 빈자리로 남겨 놨어요. 명확한 개념 정의가 안 되니까 1980년대부터 사회과학이 민중 담론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21세기가 되니까 사회 변혁 주체로 소생하는 생태학적 주체나 여성, 이주민들을 민중에 포함하려고 했습니다. 

한상진 선생님의 중민 논의도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중민의 경험적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기조 발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죠. 하지만 이제는 중민이론의 사회철학적 사유를 금욕적으로 자제하지 말고 이것을 펼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전통 안에서 중의 개념이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하고 중의 철학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론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쳉보칭(난징대)_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우리는 역사적 행위 주체를 생각합니다. 이 주체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이념을 실천합니다. 저는 한상진 교수가 발견한 중민이 우리가 기대하는 질서나 가치의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체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장하죠. 따라서 철저하게 사회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오늘 ‘사이’의 철학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의 언어로 얘기한다면, 내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것은 군자의 신독(愼獨)과 비슷합니다. 물론 중민은 단순한 개인이 아닙니다. 공동의 가치, 윤리, 도덕이 그들을 끌어당기고 결집합니다. 어떤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사회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시대의 위치 결정자가 될 수 있는가, 이것이 제가 다루고 있는 도전적인 주제입니다.

1 서울대 임동균 교수가 중민이론 4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사를 하고 있다. 

2 중민이론 40주년 기념 학술토론에서 김종엽 한신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민재단] 

중민의 꽃 피우려면 교육개혁으로 중산층 두껍게

박영도(중민연구소)_ 김종엽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자본 수익률을 초과할 때 중산층이 힘을 얻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압도한다는 거죠. 이 결과 소득 구조에서 자산소득이 임금소득보다 높아지면서 중산층의 생활은 불안해지고 중민의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희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합니다. 김홍중 교수가 강조한 성찰성과 참여는 중민의 두 가지 핵심 요소입니다. 1980년대에는 진정성과 연대성이 결합했지만, 현재는 분리되고 말았죠. <채식주의자>에 나타나는 탈 주체적인 진정성이 연대성과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태석 교수는 20대 청년 문제를 분석했는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유동적이니까 반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고요. 구정우 교수는 탈 인습세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팬덤 문화에서 본 셈인데,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은 돌봄 공동체가 중민이론이 겨냥하는 민주적인 변혁의 가능성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사회자(심영희: 한양대)_ 감사합니다. 네 분에게 질문해 주셨는데요. 차례차례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종엽(한신대)_ 저는 한국의 민중운동은 전태일의 죽음에서 시작했다고 봅니다. 엄청난 박탈을 보았고 박탈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을 봤고 거기서 전태일의 존재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민중이라는 기본 발상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한 선생님의 논의에는 그런 주체의 관점보다는 전체 상황을 분석하면서 중민의 개념에 도달하게 된 이론적인 전환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중산층이 사회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중산층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들이 미래에 대해 나름의 지향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노력을 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잘 살 수 있다, 이런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무너진 아이들이 이제 보입니다. 중산층이 두껍게 존재하면, 상층과 하층이 이어져서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에서 ‘게이티드 커뮤니티’(외부인 출입 제한 지역)라고 부르는 사회, 보안 요원들이 지키는 집에서 살고 밖으로 나오면 인질극과 납치극이 성행하는 멕시코 같은 사회가 만들어지기 쉽죠.

조세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중민의 꽃을 피우려면 중산층이 두꺼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세개혁에 못지않게 교육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등교육의 평등화가 시민의 영향력을 끌어올렸죠. 그런데 고등교육의 평등화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엘리트 학교 학생들은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활용합니다. 명백하게 자원이 불공정하게 배분되는데, 이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를 잘해서 얻은 거라고 생각하죠. 이런 정도의 엘리트 의식으로는 사회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등교육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통한 가치관의 쇄신이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의 종언과 생존주의 시대의 도래”

김홍중(서울대)_ 저는 정당이나 국가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레짐이 있다고 생각해서 1980년대 대학생들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2007년쯤에 이르면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진정성이 대학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이때 우석훈 선생의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나왔고, 한강의 소설이 나왔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성의 종언과 생존주의 시대의 도래를 거론했습니다. 많은 분이 신자유주의 드라이브가 걸린 지 10년 만에 대학의 변화를 감지했어요. 

제가 못 본건 뭐냐 하면 소녀시대를 못 봤어요. 오늘 구정우 선생님이 말씀하신 젠더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2007년의 다시 만난 세계가 2016년에 이화여대 시위에서 등장했고 운동가요가 됐어요. 그때 저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는 그들이 K-팝을 부르는데 나중에 몇 년 지나서 보니까 굉장히 감격스럽더라고요. 다른 정치성을 발명했구나. 

저는 희망도 아니고 절망도 아닌 어떤 것을 느꼈습니다. 진정성의 열정이 반절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쓸려나갔지만, 반은 어디론가 갔다가 변형돼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걸 보여준 게 2007년에 한강이 발표한 소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들은 아이를 안 낳고 채식을 하는 거로 저항을 하는 거예요. 우리가 옛날처럼 거리에 나가서 마스크를 벗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저항이 아니죠. 대책 없는 저항을 하는 셈이죠. 그냥 태업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저항의 개념을 확장했죠. 아울러 젠더 불안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미투 이후의 10년간은 백래시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섭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엇박자를 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구정우(성균관대)_ BTS의 가사나 K-팝 음원들이 활용되는 과정에서 박영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희망의 씨앗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면 연대의 희망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는 좋아하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도 불안하고 취약한데 K-팝 연습생들은 10대 때부터 무지하게 고생을 하는 거예요. 혹독한 압박을 견뎌내면서 자신이 훈련되고 또 역량을 키워가면서 음원 차트에서 입상하고 1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키운다는 감정, 좋아하는 감정이 움트는 것 같거든요.

문제는 뭐냐 하면, 좋아하는 감정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겁니다. 협력은 생존만큼이나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갖는 것입니다. 협력이 지속가능하려면 호혜성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현재는 호혜성이 아니라 한쪽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내가 키우고 지지했는데 내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내가 배제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하거든요. 

회사도 마찬가지죠. 회사에 헌신했는데, 결국 나는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회사에 협력하지 않고 조용한 파업을 택하는 젊은 층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분석에서 출발한 중민이론, 재구성 절실해

정태석(전북대)_ 저는 중민이론에 대해 불만이 있습니다. 애당초 이 이론은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규범적인 이론으로 간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중민과 민중 사이에 연대감이나 공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분석해야 하거든요. 극우화되는 청년 남성 중에는 부유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혐오에 빠지는 저소득층의 청년 문제를 잘 분석해야 한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김호기(연세대)_ 한상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저는 결국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공화주의적 상상력입니다. 선생님이 앞으로 중민이론을 풍부하게 하실 때, 이 상상력을 결합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정보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스(Maunel Castells)가 2001년도에 <인터넷 갤럭시>라는 책을 쓰면서 네트워크화된 개인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선생님의 고민을 들으면서 시인 김지하 선생을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일찍이 진정한 중용은 결코 기계적 균형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 속에서 언제나 기우뚱한 균형으로 나타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생각과 김지하 시인의 기우뚱한 균형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적인 문제는 저성장과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등 공동체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의 위기는 다름 아닌 가치의 위기입니다. 저는 하버마스의 제자인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가 자신의 스승인 하버마스 선생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규범 토대의 재정립(normative refoundation)으로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중민이론을 풍부하게 발전시킨 선생님의 열정에 후학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의 기반 위에서 지속해서 한국 사회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규범적 토대를 제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배은경(서울대)_ 지난여름에 있었던 심포지엄에서 여성들이 왜 남태령에 갔냐, 이런 얘기할 때, 동료 시민에 대한 돌봄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공화국을 어떻게 세울 것이며 내가 평등한 시민으로서 인정받을 것인가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했어요. 물론 이들 세대에도 우익이 있습니다. 이들은 또 디지털 토착민이기에 분열적이기도 하고, 보수적이고 육감적인 정동이 올라오면서 끌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의 계엄 시국에서 자신들을 평등한 시민이라고 규정했다는 것, 집합적 실천을 통해 공화국을 재건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그 자체가 저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이 중민이론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난징대 유학과신사회학연구소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학문적 교류협력(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난징대 쳉보칭 교수(왼쪽)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으로, 한상진 교수는 난징대 겸임교수, 유학과신사회학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사진 중민재단]

AI 세상, 인간의 주체성 견지 더욱 필요한 때

치우저치(베이징대)_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種)의 생성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왔는데, 유전자 변형 인간의 단계를 거쳐 오늘날 로봇 같은 다양한 기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우리 몸에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고 체력과 지력 모두가 기계에서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형태를 가졌지만, 사람의 의미를 갖지 않는 존재와 함께 살아갑니다. 이것은 공상과학이 아니라 실제의 현실입니다. 자본 엘리트들은 아무런 제약과 제한 없이 이런 기술발전의 궤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체성 시각을 견지해야 합니다. 주체성은 사이에 위치합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 사이의 주체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이런 새롭고 복잡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상진 교수는 중민이론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주체성을 진정으로 수호할 수 있는가의 중요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해결책이 없다면 인류 전체가 절망에 빠지고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저는 한상진 교수의 책임이 무겁고 길다고 느낍니다.

사회자(주오웬민: 난징대)_ 마지막으로 한상진 교수님의 맺는 말씀, 부탁합니다.

한상진 교수의 중민이론 관련 저서들. 왼쪽부터 '한상진과 중민이론'(2018, 새물결), '중민의 발견과 성장'(2025, 중민출판사). [사진 교보문고]

한상진(서울대)_ 저는 중민이론을 발전시키면서 제 전공이 사회이론이기 때문에 제가 취약한 경험적 자료 분석에 보다 집중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종합토론에서는 이론적 사유의 깊이를 보다 풍부하게 가꾸라는 주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공화주의적 감수성도 요구되었고요. 치우저치 선생의 과학기술사적 성찰도 흥미롭습니다.

저는 1980년대 한국에서 태동한 중민이론의 기본 테마는 오늘날 세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극심한 양극화의 현실에서 우리는 양 진영의 전사(戰士)로 살 것인가, 아니면 양 진영 배후의 공통 세계를 복원하여 공존의 길을 걸을 것인가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오늘의 학술대회에서 큰 자극을 얻어 중민이론은 이제 세계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사회자(심영희: 한양대)_ 이것으로 종합토론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열정적으로 토론해주신 국내외 동료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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